w. hakono님 ... ... 월계수 아래에도 천사는 묻혀 있다 (w/hakano)
실수했다. 실수했다…! K1이 계단의 층계참을 내려오며 떠올린 생각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J3의 지시를 잘못 이해해서, 결과적으로 그의 목에서 선혈이 흐르게 만든 것이었다. 당사자의 느린 발걸음이 바로 뒤에서 들리지 않았더라면, K1은 당장이라도 이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져서 죽어버리고만 싶었다. 이제 연구팀 소속이 아닌 경비팀의 자신이 그런 일로 죽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끈적끈적한 우울감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괜찮아요…….”
그러니까 J3의 말이 들려와도, K1은 도저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들 수가 없었다.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나는 왜 이 지하에 보내지면서까지도 바뀌는 것이 없는 걸까. 안 괜찮잖아요. 아직도 피가 멎지도 않았잖아요. 차곡차곡 모인 스트레스는 어느새 모래성을 쌓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관념의 파도가 무력한 성을 녹여 부술 즈음이면, K1의 해리장애는 간만에 제 모습을 드러내고야 마는 것이었다.
“괜찮다고……, 진심으로 말하는 거 아니잖아?” “……케이 씨.” “아니, 진심일지도 모르겠네. 그거지? 애초에 내가 무언가 성공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은 거야. 나는 다 죽어버린 나무잖아. 뒈져버려서,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서, 누구도 눈길 주지도 무엇도 기대하지 않는 그런 죽은 나무!!”
K1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톤이었다. 히스테리라거나 오염이라고 부르기에도 어폐가 있을, 공격성에 가까운 무언가가 그 말에서는 느껴졌다. 그럼에도 J3은 평소의 무표정을 유지했다. 그것이 노력하여 지은 표정이 아닌, 그저 언제나와 같은 낯이라는 점은 그러나 K1을 더욱 자극하게 만드는 꼴이 되어 버렸다.
“봐, 지금도 아무 대답도 안 하고, 내가 무엇을 하든 신경도 안 쓰잖아. 아, 아닌가? 나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 그러니까 그런 거지? 매일 울상으로 다니는 무능한 부하 직원 같은 것에 신경 쓸 일은 없다, 이거지? 일이 커져도 어차피 네 선에서 정리할 수 있으니까?! 뭐라도 말해. 말해 보라고!!”
좀처럼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그 목의 안으로부터 나온 고함은 어딘가 피의 냄새가 났다. 그러나 K1은 목소리를 줄이지 않았다. 동요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피가 아니니까. 그것은 납이다. 화살촉의 끝에 붙어있는 그 날붙이는, 확실하게도 황금이 아니니까. 녹빛의 머리카락이 서서히 그 색을 변화하더니, 이내 뿌리의 형태가 되어서는 J3의 멱살을 잡았다. 제복이 구겨지고, 그럼에도 J3은 여전한 기색이라서…….
“죽은 나무라도……, 괜찮아요…….”
뿌리가 그를 더 얽어매기 전에, J3은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평소라면 보는 것만으로 자신까지 차분해지는 그 나른한 모양새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엇보다도 미워서 K1은 견딜 수가 없었다.
“그건, 그쪽 일이 아니니까 쉽게 내뱉는 거야!!” “죽은 나무에도……, 분명히 자라나는 것이 있어요…….”
격분하는 K1에게 멱살을 잡히면서도, J3은 어떠한 방어조차 하지 않고 다만 평소보다 아주 조금 더 힘이 들어간 어투로 말을 이어갔다. 만약 J3이 K1의 말을 부정했다면, 그녀는 분명 폭주했겠으나 J3의 말에서 거짓의 냄새는 맡아지지 않았다.
“죽어 떨어진 식물로부터의……, 나뭇잎과 꽃의 잔재……, 듬성듬성한 잎사귀 사이……볕을 피할 수 있는 커다란 그림자……, 그런 것들이 모두 필요하다는 건……케이 씨도……많이 봐오지 않았나요……?”
문득 그 말에 어떠한 광경이 떠올랐다. K1에게 그것은 아주 먼 기억이다. 아직 볕이 드는 시간에도 바깥에 출입이 가능하던 무렵, 본래의 외출 목적조차 기억나지 않는, 산책길에서 본 아주 큰 나무. 죽은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그 형태만큼은 유지하고 있는, 아주 옛날부터 마을을 비호라도 하듯 서 있던 나무.
그 그늘에 K1 역시 다가간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K1이 아닌 ■■였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나무가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수많은 생명. 뿌리 쪽에서 듬성듬성 피어난 수수한 색의 버섯이나, 변태를 끝낸 곤충의 허물, 중간중간 비다시피한 줄기의 안을 들락날락하는 다람쥐. 이미 썩어버린 이파리의 아래로 진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참새들이 K1의 발소리에 포르르 날아가 저 위의 가지로 날아가 버리고, 마침내 맞닿은 나무의 질감은, 생각보다 매끈했고, 어쩐지, 먹먹해지는 감정이 든 것도 같아서.
“애초에……케이 씨를……죽은 나무라고……생각하지도 않으니까…….”
그리고 터져 나온 죄책감과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사이로, K1의 머리카락은 점차 본래의 녹색을 되찾았다. 조금 들렸던 J3의 발이 다시 자연스럽게 바닥을 밟을 때면, 이미 K1은 덜덜 떨며 사과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J3은 더 무언가를 말하지 않고, 대신 그 눈물이 모두 마를 때까지 곁에서 샛노란 눈을 반쯤 뜨고는, 오늘은 과연 딸기 필링과 초콜릿 필링 중 어느 쪽 도넛이 야간 간식으로 지급될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추리에 마침표를 찍으면, J3은 이번에는 K1에게 줄 도넛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무엇이 됐든 울면서 먹으면 목멜 테니, 우선은 그 감정이 진정되기를 그저 기다리면서. 終